정부, 미국에 'MASGA' 프로젝트 제안.사진=연합뉴스

오는 25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한 양국 간 조선 협력 방안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한미 조선 협력이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조선소 인수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향후 논의에 긍정적 전망을 더하고 있다.

마스가(MASGA) 모자
대통령실이 지난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마스가'는 이번 한미관세협상 때 조선 분야 협력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슬로건으로 한국협상단은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준비했다.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발간한 '미국과 동북아 동맹국의 조선 협력 경로'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미국 및 동맹국의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4가지 경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의 조선 협력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지목했으나, 한국에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는 "한국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상선 조선 강국으로 부상했고 이후 경제 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했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분석하며, 최근 고부가가치 및 고속 건조 역량에서 한국과 중국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조선업과 차별점을 부각했다.

한화필리십야드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사진=한화오션/연합뉴스


보고서가 제시한 4가지 핵심 협력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미국 선박 MRO(유지·보수·정비) 위탁이다.

이는 공급망 강화, 항만의 전략적 활용 측면에서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미국 내 조선소가 설비·공정을 현대화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화오션이 작년 MRO 사업 2건을 수주하고 HD현대가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사례를 들어, 한국과의 MRO 협력은 이미 진행 중인 분야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동맹국의 미국 조선소 인수 방안이다. 이 방식은 해외 조선 기술과 노하우를 미국 내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군용 조선소 인수, 비군용 조선소 인수 후 개조, 정부 소유·민간 운영(GOCO), 미국·외국 기업 간 합작투자 또는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구체적 형태가 소개됐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동 중인 HD현대중공업 크레인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 지난 7월 31일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크레인이 가동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에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협력 방안은 미국과 동맹국의 군함 공동생산이다.

모듈화 공법을 통한 공동 건조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소가 동맹국으로부터 선체 모듈을 공급받아 조립하거나, 해외에서 선체를 만들면 미국 조선소가 무기·추진체계 등을 통합시키는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 기업들은 미국 내 모듈화 체계에 부품·모듈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력과 자재는 미국 내륙과 동맹국 전역에서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방안은 미 해군이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을 구매하는 것이다.

동맹국 조선소가 미국 설계를 기반으로 건조하는 방안, 동맹국과 공동 설계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 동맹국이 설계·건조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국의 조선 산업에 대한 전통적인 보호주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네 번째 방안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CSIS는 최종적으로 "미국은 조선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에 의존하는 것과 자국 역량에 투자하는 것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와 함께 한미 정상회담에서 MASGA 프로젝트의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