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인 숭재, 큰 소인 사홍.인터넷 캡처

#1. “저 집들을 모두 밀어버려라!”

연산군은 궁궐에서 친한 친구인 임숭재와 술을 마시다가 임숭재가 집까지 편히 갈 수 있도록 이미 지어진 40채의 집을 헐어버리라고 명했다.

그때 탐욕과 교활한 행동으로 조정에서 쫓겨난 지 25년 만에 복귀한 임사홍이 연산군을 찾아왔다. 그리고 아들 임숭재와 연산군이 함께한 술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목놓아 울며 말했다.
“성종의 후궁 엄숙의와 정소용이 폐하의 모후인 윤씨를 중상모략해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아 죽었습니다”

연산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머니 폐비 윤씨를 죽게 한 성종의 후궁들을 모조리 때려죽이고 신하들까지 죽인다(갑자사화).

연산군의 광기를 폭발시킨 임사홍은 자신을 비난한 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앙갚음을 했고 조정은 피바람이 분다.

임사홍과 아들 임숭재는 채홍사가 되어 조선팔도 예쁜 아녀자들을 모두 징발해 연산군의 하룻밤 놀이갯감으로 바쳤고 그 여인들이 1만 명에 달한 흥청망청이었다.

임사홍의 부친 임원준은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 자신의 호를 따 사우당(四友堂)을 지었다. 사우(四友)는 들에서 밭을 갈고(耕), 마을에서 소를 먹이고(牧), 물에서 고기 잡고(漁), 숲에서 나무하는 것이다.

모두 고상한 선비들이 즐기는 것들로 탐욕스러운 임원준이 청빈한 선비로 위장한 것이었다. 임원준은 나랏일을 보면서 사신들이 중국에 갈 때는 반드시 임원준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쳐야만 했다.

1506년 연산군의 폭정에 저항한 중종반정이 일어나자 임사홍은 연산군보다 더 먼저 살해당한다.

중종실록은 말한다.
“큰 소인 임사홍, 작은 소인 임숭재. 천고에 으뜸가는 간흉들이여!”

삼국지 위나라 초대 황제이자 조조의 싸이코패스 아들

유튜브 '히스토리 라이브러리(히라)' <삼국지 위나라 초대 황제이자 조조의 싸이코패스 아들 방송> 캡처 영상.

#2. 삼국지 위나라 초대 황제 조비의 잔혹함

▷위나라 명장이었던 ‘우금’이 관우에게 패하여 항복하고 사로잡힌 뒤 풀려나자 황제 조비는 아버지 조조의 묘에 들러 참배하도록 했다.

조비는 그곳에 관우가 우금과 방덕을 사로잡는 장면을 그려두었다. 그런데 방덕은 떳떳한 모습인 반면 우금은 비굴하게 항복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를 본 우금은 울화통이 터져 병을 앓다가 죽는다.

▷조식과 두터운 정을 쌓고 있던 정의와 정이형제는 조식과 호형호제하며 조조의 총애를 받았다.

조조가 딸 청하공주와 정의를 결혼시키려 하자 조비는 “정의는 한쪽 눈이 멀고 너무 못생겼습니다”라며 결사반대해 결혼은 무산되었다.

그러다 조비는 조식과의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하자 정의와 정이형제를 잡아 처형시키고 3족을 멸하고 만다.

▷조비는 태자시절 삼촌인 조홍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지만 감사인사는커녕 갚지도 않았다. 조홍은 조조와 육촌관계로 조조의 목숨을 지켜준 일화도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조조와 함께 최고참 개국공신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조비가 삼촌 조홍에게 비단 백 필을 빌려달라고 하자 조홍은 거절했다.

조비는 이를 마음 깊이 담고 있다가 조홍이 거느린 빈객의 죄로 트집 잡아 조홍을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삼촌 조홍은 남은 평생을 조카인 조비의 공포 속에 떨며 살아야 했다.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3. 교활한 권력자의 잔꾀

필자는 교활한 권력자들이 역사를 망쳐 국민의 품격을 추락시킨 간악한 꾀를 고발한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960년대 안동댐 인근 어느 마을에서, 가난한 주민들이 곡식을 팔아 꼬박꼬박 곗돈을 부었다. 계주는 두둑한 이자를 약속하며 목돈을 맡겼으나, 끝내 그 돈을 챙겨 가족과 함께 야반도주했다.

일부 소문에 따르면, 한 인물이 청소년 시절 초등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으나, 이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신동이라 불리며 검정고시와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고, 정치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쥐어 대한민국 국격과 국민의 품격을 추락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 다른 풍문으로는, 그의 아들이 도박과 부적절한 행위에 빠져 논란을 일으켰다고 하나, 이는 명확한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아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불법 도박을 하여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22-10-31).

대간사충(大姦似忠). 사악한 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겐 잘 보이려고 잔꾀를 부리고 속이는 것을 뜻한다.

지난 6월 2일, 이재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만만치 않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며 자신했다. 자신감의 첫 번째 꾀는 “나토 정상회담 불참” 선언이었다. 그리고 6월 23일 시간을 끌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대신 파견해 ‘협상한다’는 제스처를 내비치며 트럼프를 떠봤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미국은 루비오 국무장관을 7월 중 한국에 보내 국방비 인상과 관세협상을 예고했다.

자신감에 충만한 이재명은 두 번째 꾀를 냈다. 시진핑으로부터 9월 3일에 있을 중국 전승절에 초청받은 것을 보란 듯이 자랑했다. 중국과 친하다는 밀착 가능성을 내비쳐 트럼프와의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7월 3일, 미국은 루비오 국무장관 7월 방한을 취소하고 말았다. 취소 이유는 이재명이 나토 불참을 명분으로 내세운 ‘중동문제’였다. 이재명의 잔꾀를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이재명의 자신감은 협상 주도권은커녕 ‘협상 가능성’도 차버린 자충수였다.

윤석열 대통령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더니 이재명 특활비는 다시 부활시킨 더불어민주당이 흥청망청이다.

여주의 남한강변 마암 정상에 임원준이 지은 사우당엔 지금은 여주 관아의 정문인 영월루가 서 있다.

도연명은 국화(菊花)를 벗하며, 왕자유는 대(竹)를 벗하며, 윤화정은 매화(梅花)를 벗하며, 주렴계는 연(蓮)을 벗하며 향기로운 덕(德)을 취하고 맑은 절개(節槪)에 취하여 자신을 다스리는 경계로 삼았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사우당에 거만하게 앉은 임원준은 여강을 보며 무엇을 취했으며, 한강 나루터가 내려다보이는 용산별궁에 올라선 이재명은 청와대 환궁을 앞두고 무엇을 취할까?
그 교활한 천년의 간인(姦人)들은.

※ 이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