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주요 경제 라인업에 중도·보수 성향의 중량급 인사들을 발탁하며 특유의 '실용주의 용인술'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 삶과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게 인재를 쓰겠다는 실용주의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기조와는 상이한 인사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는 행보에 대해, 과연 진정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임기 2기 체제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경제 핵심 요직에 중도·보수 인사 전진 배치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국회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내며 오랫동안 보수 정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등 개혁적 성향을 보여 현재 보수 정당 주류와는 차별점이 있지만,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정통 보수적 색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이 전 의원의 발탁은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성식 전 의원 또한 보수 정당 출신이면서도 '제3의 길'을 추구해온 중도 성향 인사로 꼽힌다.

2008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으나 당 쇄신을 주장하며 2011년 탈당했고, 이후 안철수 당시 의원을 돕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특정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 장·차관급 인사
대통령실은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혜훈 전 의원(왼쪽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의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김종구 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 홍지선 남양주시 부시장.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 방향 및 실용주의 진정성 논란

이번 인사의 의미는 임명된 자리의 위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기획재정부 권한 분산' 기조에 따라 분리·신설되는 핵심 조직이다. 핵심적인 재정 정책의 권한을 재분배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보수 진영 출신 인사에 맡긴 셈이다.

또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헌법상 자문기구로, 부의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며 국가 경제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수 및 중도 성향으로 상징성이 큰 인사들에게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긴 것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다는 국민 통합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 임기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정국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취임 선서 당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지만, 단순히 실용주의라는 말로 포장하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 과거 사례 비춰본 통합의 한계와 향후 과제

이번 파격 인사가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의로운 통합'에 부합할지, 그리고 다양한 시각이 모여 경제를 포함한 각종 정책 방향에서 진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보수 성향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발탁됐으나, 정부 경제 정책에 이견을 보인 끝에 사퇴한 전례가 있다.

이는 국정 운영 기조와는 상반되는 인사를 등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내부적 마찰과 정책 혼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일시적인 정치적 수사로 그칠지, 아니면 이념을 초월한 진정한 국정 운영으로 이어질지 보수 진영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이 마무리되고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2기 출발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새해 경제 재도약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되지만, 지지층의 의문 부호를 없애는 것도 향후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연 수석은 이번 인사에 대해 "통합과 실용이라는 두 축의 국정 기조에서 이분들이 더 큰 힘을 내고, 통합과 실용의 힘도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실제적인 정책 효과와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단순한 인재 발탁을 넘어 국정 전반에 대한 개방적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