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필리버스터 충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연말연시 '통일교 특별검사(특검)'와 '12·3 계엄사태' 등과 관련된 2차 종합 특검을 놓고 연이어 공세를 펴자, 이를 '정치 특검'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을 막기 위한 '물타기 법안'이며, 2차 종합 특검은 '내년 6월 지방선거용 내란 몰이 특검'이라고 비판하며 여야 간의 거센 충돌을 예고했다.
◆ 더불어민주당 '통일교 특검법'에 국민의힘 '물타기' 비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통일교 특검법'과 관련하여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동 발의한 특검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히 촉구했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에 대해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을 막기 위한 물타기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권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에 대해 장 대표는 "민중기 특검에 대한 수사를 악착같이 막는 이유가 무엇인가. 뜬금없이 신천지 수사는 왜 하자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대장동 국정조사처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고 대충 협상하는 척하다가 (특검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의 의도를 폄하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대한변호사협회, 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사실상 친여 성향의 단체에 부여하려는 것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명하고 있다.
장 대표는 "대한변협에서 특검을 추천한 전례들은 있지만 나머지 두 단체들은 공신력 있게 인정할 수 있는 단체나 법인인지 의문"이라며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모두 제외하고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이 협의해 합의 추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수사 요구를 포함한 것을 두고 합의가 어려운 내용을 제시하여 협상을 지연시키고, 공소시효 완성을 노리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2018년경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올해 말 시효가 만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특검법안에서 민중기 특검의 통일교-더불어민주당 간 '정교유착 은폐 의혹'이 빠진 점 또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일교 특검법을 내년 1월 8일 종료되는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실적으로 연내 처리는 어렵다는 입장이며,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지난 22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사진=연합뉴스
◆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위헌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 거부권 촉구
장동혁 대표는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장 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독일 나치 정권에서나 봤던 독재 정권의 특별 재판부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통과되었다. 아무리 분칠해도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거짓 내란 몰이가 드러날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 법안의 정치적 의도를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2차 종합 특검' 추진에 결사 반대 방침
더불어민주당이 새해 첫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2차 종합 특검'(3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 보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전면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는 이 '2차 종합 특검'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 몰이를 계속하려는 치졸한 선거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통과시키는 순간 엄청난 국민적 분노에 부딪힐 것이고 정권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다. 이쯤에서 멈추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와 관련하여 정치권에서는 1월부터 사실상 지방선거 국면에 진입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1월 18일)를 앞두고 4개의 내란 재판 중 첫 번째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각종 비위 논란이 특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내부 상황이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장 대표는 오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두고 "국정조사를 하고도 숨겨진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거나 누군가 고의로 조사를 방해한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안 등 민생 법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하지 않는 한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연말 본회의에서도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