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사진=연합뉴스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 49)이 10대 시절 저지른 강도·집단성폭행 등 중범죄 의혹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방송·영화계 손실과 정치권 활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디스패치 보도로 의혹이 불거진 지 불과 하루 만에 소속사 입장문이 발표됐으나, 구체적 해명 부족으로 여론 악화가 가속화됐다.

조진웅은 다음날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성년 시절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는 부인한 소속사 입장문에 이은 후속 조치다.

누리PD-TV(12월 6일 방송, 제목: "영화가 우습다/ 조진웅 어마무시 질풍노도 ㅎㄷㄷ/김어준 긴급 메시지")와 정법전TV(12월 9일 방송, 제목: "조진웅은 어떻게 살아왔나?") 등 유튜브 채널에서 분석된 바에 따르면, 조진웅의 과거는 단순 미성년자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연예계 활동 내내 숨겨진 채 정치·문화적 상징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1994년 방배동 사건 판결문 재조명…특가법상 강도강간 혐의 소년원 송치

의혹의 핵심은 지난 1994년 1월 24일부터 25일 새벽 사이 서울 방배동 카페 골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디스패치 보도와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조원준(조진웅 본명)은 일진 패거리 2명과 함께 훔친 차량으로 전문대생 여성 2명을 유인해 성남으로 끌고 가 번갈아 성폭행한 뒤 80만 원을 강탈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들은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모두 올라탔다”는 표현이 나오며, 피해자 한 명을 인질로 잡아 추가 60만 원을 빼앗은 내용이 상세히 기록됐다.

사건은 특가법상 강도·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에 회부됐고, 조원준은 소년보호처분으로 소년원에 송치됐다.

제보자는 “조진웅 패거리들이 훔친 차량에서 성폭행을 시도했다”며 “소년원 근처 안 가본 청춘 없나”라는 여론을 비꼬며 피해자 트라우마를 강조했다.

누리PD-TV 방송에서 분석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영화에도 등장할 법한 '아수라장'으로 묘사되며, 조진웅의 키(187cm)와 체격(당시 100kg 추정)이 피해자(22세 전문대생)에게 준 공포를 더했다.

정법전TV에서는 조진웅의 학창 시절 전학 기록(서현고→성인고→해운대고 중퇴)을 추적하며, 서현고 2학년 시절 사건 연루를 지목했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은 인정하나 성폭행과 관련된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부인했으나, 판결문 공개로 신빙성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제보자가 공동 가해자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년법 제70조 위반 우려”를 지적했으나,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사건 재조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방송·영화계 손절…SBS·KBS 다큐 내레이션 교체·비공개 처리, '시그널2' 위약금 100억대 추정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도 연예계 파장은 거세다.

SBS는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았던 4부작 다큐멘터리 ‘범죄와의 전쟁’(시그널·독전·경관의 피 등)을 전면 재녹음했다.

이미 방영된 1회분도 수정 작업에 들어갔으며, 다른 성우 목소리로 교체된다.

KBS는 2021년 8월 26일 방영된 다큐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를 유튜브 비공개 처리했다.

이 다큐는 조진웅이 국민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봉환한 과정을 담았으며, PD저널에 따르면 KBS PD 추천으로 특사로 선정됐다.

촬영 완료된 tvN ‘두 번째 시그널’(시그널2, 2025년 상반기 방영 예정)도 위기에 처했다.

김은희 작가 각본에 김혜수·이제훈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작품으로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으나, 조진웅 교체 시 재촬영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은 출연료(회당 1억 원 가정 시 8억 원)의 2~3배로 산정되며, 재촬영 포함 최대 100억 원대”라고 추정했다.

머니투데이와 오토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tvN이 소송 제기 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이 크다.

누리PD-TV 방송에서는 “방송사는 성범죄 연루 시 엄격하다”며 교체를 예상했으며, 정법전TV에서는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말죽거리 잔혹사 데뷔, 명량·독전 주연 등)를 분석하며 “연예계 퇴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정치권 활용 논란 재점화…홍범도 유해 봉환 국민특사 활동 등 '정의로운 이미지' 붕괴

조진웅의 과거는 정치권 활용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1년 8월 14일 문재인 정부 시절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국민특사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조진웅은 KBS 다큐에서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봉환 과정을 조명”하며 독립투사 이미지를 강조했다.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KBS PD 추천으로 특사로 선정됐으며, 봉환식 사회와 광복절 80주년(2025년 8월 15일) 국기 맹세 낭독까지 맡아 '애국 배우'로 포장됐다.

누리PD-TV에서는 “민주당이 친일파 프레임에 맞서 조진웅을 독립군 상징으로 이용했다”며, 홍범도 장군(청산리 전투 영웅, 공산주의 경도 의혹) 봉환식 앞세워 정치 쇼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정법전TV에서는 조진웅의 부산 출신(1976년생, 성동초·오류중 졸업, 서현고 전학)과 해운대고 중퇴 기록을 추적하며, “독립투사 역할(암살·대장 김창수)로 이미지를 쌓아 정치권에 부려 먹혔다”고 분석했다.

은퇴 선언 후에도 엑스(X, 구 트위터)에서 “조진웅 컴백하라” 해시태그 운동이 일었으나, “피해자 트라우마 무시” 비난이 쏟아졌다.

법조계에서는 소년법 시효 만료로 추가 처벌 불가하지만,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 발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조진웅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분께 감사했다, 죄송하다”며 마무리했으나, 피해자 보호와 업계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