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국경에 배치된 태국 자주포.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무력 충돌 후 휴전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최근 다시 교전을 재개한 가운데, 캄보디아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는 달리 태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태국은 분쟁에 개입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 방식에도 반발하며 지역 정세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보좌관인 수오스 야라 고문은 지난 9일 "캄보디아는 언제든 (태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양자 회담이 아주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지금 (교전을) 멈출 수 없다"며 "계획한 작전을 군이 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계획된 대로 모든 종류의 군사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여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캄보디아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로 압박하는 미국을 비판했다.

시하삭 장관은 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를 이용해 태국이 공동 선언과 대화 과정으로 복귀하도록 압박해서는 안 된다"며 "태국과 캄보디아의 문제는 무역 협상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 동부 부리람주 임시 대피소.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태국의 이 같은 강경 노선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자신이 중재해 태국과 캄보디아가 맺은 평화협정이 지난달 깨질 위기에 몰리자 다시 중재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14일 "내가 관세를 이용해, 관세로 위협해 오늘 전쟁을 멈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무력 충돌을 한 양국에 교전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양국이 즉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 협정으로 복귀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곧 양국에 전화를 걸겠다며 분쟁에 다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양국은 서로 상대국이 먼저 공격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으며 민간인 지역에도 포탄을 쏘았다며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태국군은 자국 군인 4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다쳤다고 밝혔고, 캄보디아 국방부는 자국 민간인 9명이 숨지고 20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태국군은 특히 캄보디아군이 BM-21 다연장로켓포로 5천 발을 125차례 발사하고, 자폭 드론 33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맞서 직사화기와 전차 등을 동원한 반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킬로미터(km)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 이후, 7월에는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이 발생해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하는 비극이 있었다.

이후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11월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 협정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인 12일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고, 이번 달 7일부터 양국은 다시 교전을 재개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