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항공모함 함재기가 일본 오키나와 인근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 조준(照射·겨냥해서 비춤)'을 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이번 사안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중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행위가 항공기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라며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다.
◆ 일본 정부, "중국 측 레이더 조준은 위험한 행위" 강력 항의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군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와 관련하여 "자위대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면서 영공 침범 조치에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며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중국 측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이번 레이더 조사가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행위"임을 거듭 강조하며 중국 측이 문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는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하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일본이 앞으로도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며 중국군 동향을 경계·감시하는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중일 핫라인 운용 강조하며 예측 불가능한 충돌 회피 주문
기하라 관방장관은 지난 2023년 중일 방위 당국이 설치한 핫라인의 이번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일본과 중국 간에 예측할 수 없는 충돌을 회피하려면 중일 방위 당국의 적시 의사소통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핫라인의 적절하고 확실한 운용을 중국 측과 확실히 확보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일본) 입장과 정책과 관련하여 사실에 반하는 주장이 있는 경우 확실히 반론하고 이를 알려왔으며 이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언급하며, 일본 정부 입장과 정책에 대한 각국의 이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지금까지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 여러 기회를 통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 자민당 "美, 공동 인식서 중국에 강한 메시지 내야" 촉구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 더불어, 집권 자민당 의원들도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 비판에 가세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열린 당내 회의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안보조사회장도 "틀림없이 (중국 측 압박) 수준은 한층 위험한 방향으로 올라갔다"며 "도발 행위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노데라 안보조사회장은 회의 후 취재진에게 "미국이 아직 명확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며 "동맹국이므로 미국도 공통의 인식에서 중국 측에 외교상 강한 메시지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 중국, 대만 관련 일본 발언에 보복 조치…레이더 갈등 고조 속 미국은 중립 태도
한편, 미국은 중일 갈등이 불거진 후 특별히 일본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전날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 문제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다.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언급을 한 이후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재개 등의 보복 조치를 시행하며 해당 발언의 철회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레이더 조준 사건은 중일 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