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판문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를 뺐다.

트럼프 행정부 NSS는 북한 자체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핵 비확산 목표를 모두 배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2022년 NSS와 트럼프 1기 2017년 NSS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NSS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고 명시했으며, 트럼프 1기 NSS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생략 배경을 두고 비핵화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관측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유연성 유지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북 정책 목표로 공식 확인해왔으며, 지난달 13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바 있다.

중국 백서는 기존 2005년 문서에 있던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완전히 삭제했다. 대신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있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백서는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중국은 2018∼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당시와 달리 최근 공식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도 기존에 매번 들어가던 비핵화 문구가 빠졌는데, 이는 중국의 반대로 제외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이 2018∼2019년 다섯 차례 정상회담 때는 공동 발표문마다 비핵화 내용이 포함됐으나, 지난해 9월 회담에서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비핵화 목표를 문서에서 삭제한 것은 북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려는 신호로 본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 용인하며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 NSS에서 제시된 큰 방향은 향후 발표될 국방전략(NDS)과 핵태세검토(NPR)에서 구체화된다.

북한 핵무기의 실질적 위협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NDS에서는 북한 문제가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양국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동시에 사라진 것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