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증인 출석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8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계엄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비상계엄 선포는 "무도한 국회 독재와 입법 폭거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또한 당시 자신의 결정에 따라 계엄에 가담했던 주요 사령관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선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민에게 국정의 위태로움을 알리고 직접 견제와 비판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견고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제가 아는 군 간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오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그들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참 미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재판 이후 구치소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기도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 독재와 묻지마 줄탄핵, 입법 폭거로 국가 위기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며, 비상사태 선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이어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북을 친다는 개념으로 계엄을 시행했다"고 주장하며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국민들에게 국정과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타락한 대의제를 더 이상 믿지 말고 여러분이 직접 견제와 비판을 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군사법원 들어가는 윤석열 호송 차량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 차량이 1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리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검토와 준비를 지시했으며, 지난해 12월 2일 야당이 감사원장 탄핵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받은 후 '12·3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을 '메시지 계엄'으로 아주 연성으로 생각했다"며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통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체포,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총기 사용 승인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특히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14인의 체포조 명단에 대해서는 "보도를 보고 김 전 장관에 물어보니, 동향 파악 차원에서 소재를 확인해보라고 본인이 지시했다더라"라며 "제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을 도대체 왜 했냐'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신문 과정에서 군검찰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재판 시작부터 "검찰 측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군검찰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검찰의 질문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증인신문은 이날 종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변호인 접견 일정을 이유로 조기 퇴정을 요청하며 일찍 마무리됐다.

군사법원은 오는 30일 윤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청년 여러분께 드리는 성탄 메시지' 제목의 글을 발표하여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그래서 여러분이 제게는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