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사옥
2025년 11월 16일 런던에서 촬영된 BBC 사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 의회폭동'에 대한 영국 비비시(BBC,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다큐멘터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왜곡 편집되었다고 주장하며 BBC를 상대로 합계 100억 달러(약 14조7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장은 15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소재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큐멘터리가 자신의 발언을 짜깁기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 측, BBC 다큐멘터리 '허위·악의적 묘사' 규정…미국 법원에 100억 달러 청구

에이피(AP, Associated Press) 통신, 에이에프피(AFP, Agence France-Presse) 통신 등 주요 글로벌 언론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소장에서 BBC가 다큐멘터리에서 "허위이며, 명예를 훼손하며, 기만적이고, 비하적이고, 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4년 대통령 선거 일주일 전에 이를 방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도록 선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비열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과 플로리다주 법으로 금지된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문제 삼아 2건의 청구 항목에 대해 각각 50억 달러(약 7조3천5백억 원)를 청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한 데에 대해 BBC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직접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자들에게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행진하라고 말한 부분과 "지옥 같이 싸우라"고 말한 부분이 다큐멘터리에 포함되었으나, 평화시위를 촉구한 부분은 방송에서 빠져 왜곡 편집이 이루어졌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의사당 행진 촉구" 발언과 "지옥 같이 싸우라" 발언이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발언된 "전혀 별개 부분"임에도, 편집을 통해 이 두 부분을 붙여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그릇되게 제시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 주장이다.

◆ BBC, 책임자 사퇴 및 사과에도 소송 직면...영국 정부는 '단호한 대응' 주문

트럼프 대통령 측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후 BBC는 다큐멘터리 방영 1년 만인 올해 11월 초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으며,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보도본부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BBC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법원이 아닌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영국 법상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인 1년이 만료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BBC 측은 문제의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송된 적이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제공하지 않아 미국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BBC는 영국 티브이(TV, Television)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 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정치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정부는 BBC에 단호히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스티븐 키녹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들(BBC)은 '파노라마'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몇몇 실수에 대해서 사과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는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나는 BBC가 이 점에 대해 단호히 맞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안의 파급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