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법원 출석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 8월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이 1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전달했다"고 돌연 폭로해 이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에서도 이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며, 그가 선처를 바라며 김 여사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점에서, 그가 김 여사와 투자 수익을 공유한 '원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 이종호 전 대표 측, 변호사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서 '3억 원 수표' 폭로

이종호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서부지방법원 형사재판에서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 최후변론 중 "김건희에게 수표로 3억원을 준 적이 있다"고 밝히며 "김건희 특별검사팀에 가서 그 부분을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특검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변호인의 이 같은 발언은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게 증거 인멸 및 수사 비협조 등을 이유로 징역 4년을 구형하자, 수사에 충분히 협조했음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팀은 재판 이후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대표에게서 이러한 진술을 확보한 사실이 맞다고 확인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 전 대표가 특검팀에 이 진술을 한 시점은 올해 8월 21일로, 이 전 대표가 같은 달 5일 특검에 구속된 이후이자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 하루 전으로 드러났다.

◆ "안위 위해 등 돌렸나"...이종호 전 대표의 '플리바게닝' 의혹 제기

법조계는 이종호 전 대표의 진술 내용과 시점을 고려할 때 그가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노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단서를 제공하는 대가로 향후 재판이나 다른 혐의 수사에서 불이익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구속 직후 접견 온 지인에게 "나한테 플리바게닝으로 쓸 만한 카드가 하나 있다"며 특검팀에 새로운 진술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 또한 이 전 대표의 진술이 담긴 조서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정황을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여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이 특검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태도를 바꿔 김 여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10월 24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로부터 받은 고가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이를 돌려받아 보관했다고 진술했으며,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지난달 26일 법정에서 김 여사가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김 여사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측근들이 더는 김 여사를 보호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정 출석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사진=연합뉴스


◆ 변호인단 "사실 무근, 주가조작과 무관" 일축…의혹 증폭에 이목 집중

이종호 전 대표가 김 여사 사이에 오간 '수표 3억원'의 존재를 처음 폭로하면서 돈의 성격과 범죄 연루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2011년 6월 김 여사가 이 전 대표의 블랙펄인베스트에 15억 원을 투자했고, 두 달 뒤인 8월 수익금 3억 원을 수표로 돌려줬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 자체로 범죄를 구성하진 않지만,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이 전 대표와 알고 지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것이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특검팀도 이 진술을 김 여사가 이 전 대표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의 주가조작 공범임을 입증하는 간접 증거로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가 애초에 이 전 대표에게 줬다는 15억 원의 거액이 어떻게 마련된 자금인지, 이 전 대표가 투자 수익금을 왜 굳이 추적 가능한 수표로 줬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특히 투자금과 수익금이 오간 시기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기간과 겹치는 점이 의혹을 더욱 키우는 상황이다.

김건희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 대해 참고인 진술만 받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주가조작과의 연관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진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